
뮤지컬 <위키드>는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단순한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이 아닌, 정의와 편견, 진정한 우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현대적인 고전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의 시점을 완전히 뒤집어, '악한 마녀는 정말 악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지금 이 시대에 <위키드>가 더욱 필요한 이유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오늘날 우리 사회와도 닮아 있는 이면을 조명하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요약: 시선의 전환이 만든 서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등장하는 ‘서쪽의 악한 마녀’ 엘파바와 ‘좋은 마녀’ 글린다가 사실은 대학 동창이었다는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엘파바는 녹색 피부로 태어나 세상에서 외면받고, 글린다는 미모와 인기를 모두 갖춘 ‘완벽한’ 학생으로 인식됩니다. 우연히 룸메이트가 된 두 사람은 처음엔 티격태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며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각자의 가치관과 선택이 이들을 갈라놓습니다. 엘파바는 사회의 부조리와 마법사 체제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저항하며 ‘악한 마녀’로 낙인찍히고, 글린다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후의 줄거리는 대중에게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와 교차되며, 엘파바가 왜 그렇게 오해받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허물고, 진실의 상대성과 권력의 왜곡, 그리고 개인의 신념이 얼마나 고독한 선택인지를 서사적으로 드러냅니다. 결국 <위키드>는 누구나 알고 있던 이야기 속에 감춰진 진실을 되짚으며, 관객에게 "진짜 악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집니다.
감동의 정점: 우정과 자기 신념의 충돌
이 작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는 바로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입니다. 두 주인공은 전혀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녔지만, 서로를 통해 성장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갑니다. 엘파바는 글린다를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마주하고, 글린다는 엘파바를 통해 ‘보이는 것’과 ‘진짜 가치’의 차이를 깨닫습니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는 엘파바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홀로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하는 장면에 사용됩니다. 이 장면은 무대 연출, 조명, 음악, 감정의 폭발이 완벽하게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전율을 안기는 명장면입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전하는 작별 인사는, 모든 관계가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는 감동을 전합니다. 이처럼 <위키드>는 ‘우정’이라는 감정을 단순한 유대가 아닌, 삶을 바꾸는 동력으로 그려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교훈: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위키드>가 단순한 판타지 뮤지컬을 넘어서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사회적 낙인, 편견, 권력에 의해 조작되는 진실, 그리고 선택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지 않게, 그러나 과도하게 무겁지도 않게 풀어냅니다. 엘파바는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 결과 ‘악녀’가 되었고, 글린다는 체제의 질서에 순응했지만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엘파바와 글린다를 마주하고 있을까요? 누군가의 외모나 배경, 첫인상만으로 편견을 가지진 않았는지, 혹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진실과 마주하며,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뮤지컬입니다. ‘악한 마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우리 안의 ‘선’과 ‘악’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다시 정의하게 됩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입니다. 외면과 차별, 편견과 진실의 왜곡 속에서도 ‘나’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단순히 화려한 무대와 노래를 넘어서, 삶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위키드>.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극장에서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나’의 목소리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